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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큰아이 까치발 극복 스토리입니다 - 3편엄마 아빠 육아방 2021. 5. 8. 03:19728x90
발 덮이는 신발. 발 덮는 신발. 무슨 말일까 했어요.
그런데 네 번째 병원을 갔다 온 후 저와 제 남편은 말 그대로 마음이 흐느적흐느적 거려버렸어요.
거의 두 달여간을 긴장 상태에 있다가 또 희망의 메시지를 들으니 마음이 헤롱헤롱 하더군요.
그리고 마침 동생 식구들이 아울렛을 간다길래 같이 가자!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아울렛으로 향했습니다.
날씨 너무너무 좋고, 기분도 뭐, 100%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99% 선생님한테서는 벗어난 것 같아서 꽤 괜찮았었어요.
이리저리 둘러보고 좋은 기분 만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말 갑자기, 큰아이가 휙 하고 어딘가로 걸어가더군요.
어딜 가나 싶어서 따라가려는데, 친정아버지께서 본인이 보고 있을 테니 저보고 구경할 거 있으면 구경하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잠깐 여성복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옷 사봤자 몇 년 후에나 걸쳐보겠지 싶어서 눈길을 거두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친정아버지랑 잘 놀고 있겠지 싶었는데, 아이는 노는 게 아니고 글쎄, 신발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네..................... 아이가 신발을 고르고 있더군요. 크X스 매장에서요.
그러려니 했습니다. 워낙 신발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서요.
그런데, 그때 다양한 신발 중 아이가 한 신발을 집어 들더니 느닷없이 발을 쏙 넣어버리는 거예요.
저는 "안돼. 그냥 보기만 해야지"라고 하고 아이에게 다가갔는데
그 순간 아이가 후다닥 도망을 가더군요.
그리고 동시에 저와 제 친정아버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발 내려놨다!"
그 말에 주변에 있던 친정 엄마, 남편, 동생 다 뛰어왔습니다.
아이가 고른 건 때아닌 장화였는데요.
제가 못 신게 할 줄 알고 그랬는지 놀래서 후다닥 도망을 갔는데 글쎄, 두 발을 다섯 걸음 정도를 온전히 걷는 거예요.
저 혼자만 봤으면 잘못 봤겠자 했을 텐데, 친정아버지께서도 같이 보셨기에 전 다다다다 설명을 했어요.
그리고 온 식구들이 모여서 아이가 걷는 걸 지켜보게 됐어요.
아이는 조금 놀랐지만, 다시 웃으면서 저희들한테서 도망을 치기 시작했고,
그 순간 또 아이는 두 발로 다섯여섯 걸음 정도 걸었지요.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발 덮이는 신발의 정체를요.
아이가 그동안 샌들이나 운동화를 신을 때는 걸을 때 발이 걸리질 않으니 그냥 평소대로 까치발로 걸었는데,
장화는 걸을 때 발등이나 발목이 걸려버리니,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발을 내려놓고 걷게 된 거였어요.
물론 두세 걸음 후에는 평소대로 다시 까치발을 들고 걸었는데, 온 식구들이 발 내려놓을 때 손뼉 치며 환호하자,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발을 두세 번 내려놓았고, 저와 제 가족들은 뛸 듯이 기뻐했어요.
그리고 아이에게는 정말 미안했지만, (그 장화를 바로 계산하고) 집에 와서도 집 안에서도 계속 장화를 신게 했어요. 왜 미안했냐고요? 아이 발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땀이 차니까 당연했겠지요.
그런데 아이는 장화 신는 걸 나름 즐겨했었고, 그렇게 다섯여섯 걸음 내려놓기 시작하더니 점차 일곱 여덟, 아홉열 걸음 정도............... 그리고 이주일 정도 지나서는 장화 신고 스무 걸음 넘게 온전히 걷더군요.
이주일 정도는 장화를 벗기면 다시 까치발로 걷길래, 되도록이면 장화를 신게 했어요.
그리고 이주일 정도 후에는 도저히 아이 발 상태가 걱정이 돼서 장화를 벗겼다 신겼다 반복했고
한 달 후쯤부터는 장화 벗고 있는 시간을 더 길게 했어요.
다행히 아이는 장화를 벗은 후에도 두세 걸음 두 발로 온전히 걸어주었고, 이삼일 후에는 세네 걸음..
그리고 다섯여섯 걸음.. 열 걸음.. 스무 걸음..
그렇게 두 달쯤 지나서는 집 안에서 장화를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치워두었고,
아이는 온전히 두 발로 걷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스트레칭은 계속해서 해주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요.)
그리고 아이의 두 발은 서서히 서서히 아주 조금씩 조금씩 크기가 비슷해져 갔고,
지금은 제 눈에만 차이 나는 게 보입니다. 쓱 보면 잘 모릅니다.
41개월인 지금도 아이는 가끔은 발을 듭니다.
음.. 미끄럼틀 탈 때 계단으로 안 올라가고 미끄럼틀로 걸어서 올라갈 때라던지, 처음 방방이 탈 때라던지요.
아~주 무심결에 발을 드는 것 같더군요.
그럴 때 "발 내려야지" 하면 바로 발을 내립니다. 그리고 내린 상태를 유지하고 올라갑니다.
지나가는 아이들 발만 쳐다보고 몇 개월을 살았는지 모릅니다.
온전히 걷기만 한다면 좋겠다, 온전히 걷게 해 주십시오. 얼마나 빌었는지 모릅니다.
지나고 나니, 저 역시도 정보가 너무 부족했고 아는 게 너무 없었습니다.
제 남편이 가끔가다 이야기하는 "내 아이들에 관한 백과사전이 있으면 좋겠다"는 게 현실로 존재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제 작은 경험담이, 제 작은 정보가, 제 작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실 분이 어딘가에 계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글을 남겨봅니다.
앞으로의 긴 육아의 여정을 생각해보면 이 일은 그저 작은 일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어떤 시간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고, 제 아이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밤마다 스트레칭을 6개월여 넘게 받았으니, 아이도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래도 잘 극복했으니... 다행이고 또 다행이지요.
지금 제 앞에는 또 다른 숙제가 있습니다. 그 숙제도 해결 후에 글을 남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친척분 중 어떤 분께서 자기 아들도 까치발로 걷길래 뽁뽁이 신발을 신게 했다면서 뽁뽁이 신발을 추천해주셨는데,
제 아이에게는 까치발로 걸어도 한쪽에서는 뽁 뽁 소리가 나니 두 쪽 다 내려놓을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도 일반 신 신길 때보다는 처음에 재밌어서인지 이쪽저쪽 한 번씩은 내려놓기는 했어요.
그런데 뽁뽁이 신발을 테스트 해 본 게 장화를 신긴 후여서 정확히 효과가 있다 없다는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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