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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가 되기까지.. 10년의 세월 (부제:복강경 후 시험관 1차)
    부모 되기 전 준비 -10년이나? 2021. 5. 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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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2016년 9월..

     

    저는 자궁 근종 제거와 나팔관 성형을 위한 복강경 수술을 하게 됩니다.

     

    수술은 1시간 정도 소요될 거라고 하셨고요, 수술 후 3개월의 회복 기간 후 시험관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당시 제 상황을 말씀드리자면요.

     

    다니던 회사는 해운회사였지요. 해운회사... 이게 중요한 거예요..

     

    해운 회사는 우리나라 시간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배는 전 세계를 돌고 있으니까요.

     

    언제 어디서 어떤 전화가 걸려올지 몰라서 하루 24시간 전화기 켜놓은 채로 그렇게 살아야 했고요,

     

    샤워를 할 때도, 찜질방을 갈 때도, 목욕탕을 갈 때도 워터파크를 갈 때도, 심지어 신혼여행 때도

     

    전 전화기를 가지고, 켜놓은 채로 다녀야 했습니다.

     

    그렇게 24시간 메어 사니, 사는 게 정말.. 사는 게 아니었지요.

     

    몸은 곤두서고, 스트레스는 계속 받고, 집에 와도 쉬는 게 아니고..

     

    업무를 해야 되는 와중에 이사님 자녀분 숙제도 도와야 했고요.. (그땐 그저 웃으면서 했습니다. 정말로요.)

     

    돈 받고 하는 일이니 즐겨야 된다고 웃으면서 하기는 했지만, 그게 몸에는 계속 독으로 쌓였는지

     

    그런 근종이나 나팔관 혹이나.. 그런 게 생겼던가봐요.

     

    그런데 복강경 수술을 해야 된다니, 너무 걱정이 됐어요. 회사는 어떡하지...

     

    미련한 생각이었던 거지요.. 네 제가 미련 곰팅이 만땅 호구였습니다. ㅎㅎ

     

    (아이들 낳고 나서 쌍둥이라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제야 보이더군요 제 호구 짓이요)

     

    교수님께서 달력을 내미시면서 수술 날짜를 물어보시는데 마침 추석 연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추석 연휴 전에 수술하면 연휴 동안 쉬고 3일 정도만 휴가 내면 연휴 끼고 주말 끼고 해서 일주일 정도 

     

    쉴 수 있겠구나.. 그럼 몸이 어느 정도 출근할 정도까지는 되겠지.. 했습니다.

     

    (전 연차가 없었습니다. 연차 없이 휴가만 1년에 5일, 연차는 무조건 연차비로 주셨지요)

     

    그런데 추석 때 수술을 하려고 하니 "시"댁이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시어머니께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동안 아이를 애타게 기다리시면서 계속해서 "시험관"을 얘기하셨던 시어머니께서는 너무도 기쁜

     

    표정으로 저와 제 남편의 결정을 존중해주셨고, 잘했다 잘했다 계속 손을 토닥여주셨습니다.

     

    "명절 걱정하지 말고 몸만 생각해라."

     

    한 고비는 넘겼지요.  다른 한 고비는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상황 말씀드리니 흔쾌히 3일 휴가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전 추석 연휴 전 날 복강경 수술을 받게 됩니다.

     

    수술 전날 누워있는데 쿠쿠쿵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지진이 났었다 하더군요. 나중에 알았습니다.

     

    지진이라니, 그리고 별 피해 없이 지나갔다니, 좋은 일이 있으려나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요.

     

    복강경 수술 후............... 전 참을 수 없는 추위에 계속해서 "추워요 추워요"라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때 제가 진짜 횡설수설,,, 이 말 저 말 계속해서 100% 정확한 건 아니에요.

     

    춥다고 했던 것 같고, 너무 춥다고 했던 것 같고, 추워 죽을 것 같다고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너무 더운 날인 데도 불구하고 그때처럼 제 몸이 추위를 느낄 때가 있어요.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했으니, 더 몸이 안 좋아졌지요.)

     

    왜 계속 춥나 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원래 1시간 정도면 간단히 끝날 거라고 했던 수술이 3시간이나 걸렸다는 거예요.

     

    2개에서 3개 정도 뚫으신다고 했던 구멍도 4개나 뚫려있었고요.

     

    교수님께서 회진 때 남편을 막 찾으시더니, 그때 어디 있었어요? 하며 물어보시는 겁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교수님을 쳐다보니,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수술 중에 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더 안 좋아서 성형으로는 안될 것 같아서 절제를 하려고 동의서를 다시

     

    받으려고 보호자를 찾는데 아무리 불러도 보호자가 안 나타나서 동의 없는 수술은 못하니까 

     

    어쩔 수 없이 성형으로 3시간 정도 걸려서 마치셨다고요. 수술은 깨끗하게 잘 됐다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이 이야기를 동생한테 하자 동생이 그러더군요.

     

    "형이 그 자리에 없었던 게 다행인 거네.. 나도 어떻게 결정해야 될지 모르겠다. 와이프가 그렇게

     

    절제 아닌 성형 하려고 병원을 알아본 걸 뻔히 아는데 동의를 할 수 있었을까.."

     

    남편도 (전화받느라 수술실 밖으로 나갔었대요) 자기가 그 자리에 없어서 다행이었다며 

     

    네가 원하는 대로 됐으니 좋은 일만 생기겠지 했습니다.

     

    그렇게 수술 후, 전 명절에 집에 누워있는 며느리가 돼서 속앓이를 한 번은 해야 했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이 부분도 쭉 이야기할 생각이에요. 지금은 너무 길어지니까요..)

     

    그렇게 아픔을 이겨내고 3개월이 흐른 12월..............

     

    초음파 상으로 자궁 상태가 좋으니 시험관을 시작합시다!라고 하십니다.

     

     

    드디어... 시험관.. 그 험난한 과정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은 전 인공수정보다 덜 힘들었어요. 정말로요. 아픈 건 없었거든요. 귀찮을 뿐이었지요.)

     

     

    시험관을 막상 하기로 결정을 했을 때, 사실 제일 중요하게 여겼던 건, 네.. 미련하게도 "회사"였어요.

     

    시험관 하면 누워서 지내는 게 좋다는데 일은 어떻게 하지? 근무는 어떻게 하지?

     

    (거기 아니면 일할 곳이 없어요? 네.. 그만 두니 경력 단절 여성이 된 데다가 코로나 19까지 겹쳐서..

     

    다시 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어요. 사실은 해운 쪽 일은 안 하려고 결심했지만요.)

     

    전 아주아주 깊은 고민 끝에 회사 대표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기로 결심하고 독대를 청했습니다.

     

    제 그동안의 노력을 잘 알고 계셨던 대표님께서는 상황을 들어보시더니

     

    시험관 시술하고 나서 결과 나올 때 까지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형편을 봐주셨어요.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지요. 그렇게 흔쾌히 허락해 주실 거라고는 사실.. 반신반의했었거든요.

     

    재택근무가 결정되고 나니 너무너무 기뻤고, 이제 진짜로 다른 방해 없이 시험관 시술에만

     

    집중할 수 있겠구나 했습니다.

     

    두구두구 두구두구...

     

     

    여기서 주의할 점..

     

    만약 집이 병원과 1시간 이상의 거리가 있다면..

     

    미리 1시간 거리의 화장실을 알아놓으세요..

     

    시술 시간 1시간 전에 화장실을 봐야 했는데요, 그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저와 제 남편은 외곽 타고 가다 다시

     

    빠져나와서 부랴부랴 주변에 개방되어 있는 화장실을 찾느라 엄청 고생했었습니다.

     

    그때는 다행히 코로나 19 상황이 아니어서 호텔 화장실이 개방이 되어있어서 모 호텔 화장실을 이용했었는데요

     

    (지금도 그리고 이후에도 아마 평생 감사드릴 겁니다. 그 호텔 화장실 개방시켜주신 관계자님들 고맙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19 상황이니, 통제하는 건물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이 돼요. 미리 검색하시고 알아두세요.

     

    그렇게 1시간 전 화장실 보기를 무사히 성공하고 병원에 도착, 

     

    제 배를 꾹 꾹 누르시더니 종이컵 하나를 주시면서 1/4만 더 비우세요. 이러십니다.

     

    꼭 1/4을 맞춰야 된다고요.

     

    얼마나 긴장이 됐는지요......... 여쭤보니 1/5 맞추는 분들도 계시고, 1/10 맞추는 분들도 계신다고..

     

    다 하게 되어있다고.ㅎㅎ 하시더군요.

     

    네.. 하게 되더군요.. 했습니다. 해냈습니다.

     

    그렇게 시험관 1차.................

     

    사실 다들 배 주사 놓는 걸 더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전 제가 직접 놨었는데, 주사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제 배를 보시더니

     

    "배에 살 많으신 분들은 별로 안 아파요."라고 대놓고 얘기하셨거든요.

     

    실제 직접 찔러보니 "아......." 했습니다. 별로 안 아프더라고요.

     

    아픈 건 전혀 문제가 안됐는데 정해진 시각이 문제였습니다.

     

    시술 전에는 사무실에 나갔었고, 말씀드렸다시피 24시간 전화가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람으로 맞춰놓아도 그 시간에 정확히 주사를 놓은 건 사실 몇 번 안됐어요.

     

    5분 오버되거나 10분 오버된 때도 있었지요.

     

    그래도 무사히 주사 놓기를 마치고 1차 시술을 받았습니다.

     

    난자 16개 채취하셨다고 하셨어요. 일단 3개 이식하고 나머지 13개 냉동하신다고 하셨고요.

     

     

    결과......... 기다렸습니다.

     

    엥.....................

     

    애매합니다.

     

    성공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실패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기다렸다가 2차 해보자고 하십니다......

     

    네........... 2차............ 혹시나 싶어 근처에 모텔 잡아놓고 최대한 안 움직이게 애를 써봤습니다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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